극지연·서울대·부경대·연세대 연구
남극 기온 및 남극해 수온 변화 추이. 극지연 제공.남극은 지구온난화에 민감한 지역이다. 매년 수천억t의 빙하가 녹고 있다. 그런데 동남극에서 녹아 사라지는 빙하의 양은 세종기지가 있는 서남극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동안 두 지역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해빙 현상과 온난화에 대한 여러 가설들이 제시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극지연구소는 김성중 극지기후과학연구부장 연구팀과 서울대, 부경대, 연세대 한국기상학회 소속 연구원으로 구성된 국내 공동연구팀은 평균 1000m 가량인 동남극과 서남극의 고도 차이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1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최근 수십년 동안 남극 온도 관측 자료, 빙하코어에서 확보한 과거 수천년의 지면온도 복원 자료를 바탕으로 컴퓨터 수치모델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남극대륙은 남극횡단산맥을 경계로 동, 서로 나뉜다. 고도가 낮은 서남극에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대륙 쪽으로 부는 고기압성 바람이 열을 가져오고 중위도의 바닷물 유입이 보태져 온난화 현상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도가 높은 동남극에서는 고기압성 바람의 방향이 차가운 대륙 위에서 바다 쪽을 향하면서 기온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극의 지형적 특징으로 인한 기온의 증감효과가 서쪽에서는 온난화 현상을 증폭시켰지만 동쪽에서는 늦춘 것이다.
연구팀은 또 미래를 예측한 결과 지구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동남극의 온난화 조절능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동남극도 급격한 온난화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상승하는 해수면 높이는 53미터, 서남극은 6미터로 알려져 있다.
서남극 해역 수온 상승과 연관된 남극 대기 순환의 변화. 극지연 제공.연구를 주도한 전상윤·김주홍 극지연 책임연구원은 “남극에 존재하는 온난화 조절 요인과 특성을 처음으로 규명한 성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남극의 온난화 정도를 감시·예측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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